맥북과 한소네, 내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기기들.
난, 한소네를 사용한다. 일종의 PDA와 비슷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정보 단말기의 한 종류다. 한소네를 정보통신 보조기기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받게 된 뒤 매일 아침 굿모닝팝스를 들을 때 외신 IT RSS를 확인할 때 그리고 오늘처럼 북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나는 맥북을 쓴다. 맥북은 내게 소소하지만 확실히 유용한 앱들로 내 능률을 높여준다. 예컨대 미리보기 앱을 통해 pdf파일을 손쉽게 읽을 수 있고 scapple를 통해 떠오르는 단상들을 정리해볼 수 있고 문자를 타이핑하며 빠르게 보낼 수 있게 해준다. 약 10여년 전 내가 처음으로 구매했던 델의 15인치 노트북을 썼을 때를 떠올려보면 맥북의 활용도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매일 휴대하며 사무실에서 일 또한 맥북으로 하고 집에서도 맥북으로 일기와 글들을 쓰니까... 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 역시나 맥북이 있어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폰, 역시 매일 손에서 떠나지 않는 기기 가운데 하나다. 아이폰은 한소네와 맥북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자주 사용하게 되는 기기다. 음악을 듣고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뉴스를 확인하고 팟케스트를 청취하고 SNS를 확인하는 등. 그 활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일상적이다. 길을 걸으며 기사를 확인하고 자리에 앉아 훨씬 빠른 속도로 보도자료들을 스캔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폰이 가져다 준 예상치 못한 나의 힘이다.
아이폰 80만 원, 맥북 170만 원 그리고 한소네 500만 원...
대충 700만 원쯤 있으면 지금의 내 생활이 가능하다. 그래서 무섭다. 돈만 있다면 내 시력이 큰 불편이나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반면 돈이 없다면 지금의 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맞다. 두려운 건 내 시력이 아니다. 내 일상을 뒤흔드는 건 내 시력이 아니다. 이처럼 '장애'는 신체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사회-환경적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