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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사찰은 평등하다 / 박용현

얼음조각 2015. 8. 13. 11:49

- 출처 : http://goo.gl/ugmfbx


대법원장: 그렇다면 정부가 우리 대법관들 차량에 죄다 지피에스 장치를 심어 감시할 수도 있겠군요?

법무부 대리인: 대법관님들을요?

대법원장: 예. (법정 내 웃음)

법무부 대리인: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도로를 달릴 때는 대법관님들이라고 해서 더 큰 프라이버시를 기대할 수는 없을….

대법원장: 감시할 수 있다는 얘기군요. 내일이라도 당장 우리 차량에 지피에스 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 그래도 헌법적 문제가 없다?

법무부 대리인: 누구나 똑같이… 연방수사국(FBI)이 원하면 감시요원을 24시간 풀어 누구라도 미행할 수 있듯이….

웃음도 섞여 있었지만, 재판을 진행하던 대법관들은 찜찜하지 않았을까. 한 미국 언론은 이를 두고 “조지 오웰 식의 가상적인 논쟁이 대법관들 자신의 구체적인 문제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영장 없는 지피에스 장치 사용을 금지하는 전원일치 판결에는 대법관들의 이런 실존적 상상력도 투사됐을 듯싶다.


......


이제 국정원은 스마트폰을 감쪽같이 해킹할 수 있는 신기술까지 얻었다. 과거의 버릇은 고쳤을까? 몇십명에게만 쓸 수 있는 그 비싼 기술을 사찰에 이용하려 한다면 누구부터 타깃으로 삼을까? 상상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사찰 기술이 첨단을 달리는 이 시대에 국가기관의 선의에 내 프라이버시를 온전히 맡길 것인가, 아니면 과거보다 더 의심하고 견제할 것인가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강경 보수주의자인 로버츠 대법원장은 후자를 택했다. 상상력이 빈곤한 이들에게 참고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