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자전거 탔다!

얼음조각 2015. 8. 29. 11:00




내 기억에 자전거에 대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타고 놀았던 네 발 자전거에 대한 기억인데 오른쪽 보조 바퀴가 빠지면서 더는 탈 수 없게 된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그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렸던 기억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중학교 1~2학년쯤에 옆집에 살던 초등학교 4~5학년쯤 되는 여자아이의 자전거를 타본 기억이다. 그 아이 자전거는 두 발 자전거였는데 내게 그 아이가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줬던 기억이 난다. 그 때도 난 키가 제법 컸고 그래서 그 아이가 타던 자전거에는 어울리지 않고 좀 보기 우수꽝스런 모습이었을 것 같다. 친구 한 명없이 개 짖는 소리 들리는 도시 외곽에서 게임기만 가지고 놀던 내게 여자아이가 가르쳐주는 자전거 타기는 굉장히 설래는 일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날 불렀고 심하게 혼이 난 뒤로 그 아이 집에 놀러가지 못했던 씁쓸한 기억으로 두 번째 자전거 타기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


담양 죽녹원에 놀러갔다. 휴가였고 딱히 함께 평소와 다른 뭔가를 해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 자전거 대여하는 곳이 있었고 2인용 자전거도 그 가운데 있었다. 1시간에 1만 원, 솔직히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타보고 싶었다. 말로만 듣던 2인용 자전거는 내 생각보다 훨씬 즐거운 경험이었다. 평탄한 길을 따라 씽씽 나가는 자전거와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정말 끝내줬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렇게 달릴 수 있는 거리고 2km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였다는 것. 가끔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전거 타기를 진행한다는 공지글들을 보곤 했는데 이만하면 정말 할만 하겠다 싶었다.


2인용 자전거를 사서 풍경과 함께 우리 집 강변을 따라 나있는 자전거 도로를 씽씽 달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감각으로 몸 속에 각인되겠지... 불쑥 되살아나 사람과 상황들을 연상시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