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한 켠

(후기) 함께 일하는 이들과 같이 읽어보고 싶은 책.

얼음조각 2015. 10. 25. 17:00

저자에 대해 알게 된건 손에 잡히는 경제를 통해서였다. 좀 오래되서 어떤 코너를 진행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드문 성을 가진 사람이라 기억에 남았다. 이후 어느 신문기사에서 민주당의 어떤 활동에 참여한다는 기사를 읽었던 것 같았고 이 책은 그렇게 낯설지 않은 저자의 이름으로 큰 부담없이 집어든 책이었다. 


제목부터 확 끌렸다. 내 주변 사람들이 보인 반응도 대게 그랬다.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평범한 누군가들이 어떻게 빚의 수렁으로 빨려드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아주 사소하고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 갚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많은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악의적 대출>을 하는 금융기관들과 만났을 때 얼마나 큰 비극을 낳게 되는지 설명한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역시나 롤링주빌리 운동에 관한 것이었는데 우리가 은행이나 카드사 등에서 빌린 돈이 채권 추심업체로 넘어갈 때 원금의 5~7% 가격에 팔린다는 것이다. 링주빌리 운동 그리고 저자와 서울시 그리고 성남시 등이 함께 하고 있는 한국에서의 채권소각 운동 역시나 이 점을 파고든 것이다. 즉, 1000만 원의 빚으로 채권추심에 시달리는 누군가의 채무서류를 원금인 1000만 원이 아닌 채권추심업체가 그 서류를 매입한 5~7% 금액 50~70만 원으로 사고 그 서류를 태워버리는 것이다. 1000만 원의 빚과 그 빚만큼 이자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며 가슴 조리던 누군가의 빚을 단지 5~7%의 돈만으로 끝내버릴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했다.


- You're not a loan, You're not alone.

<당신은 빚이 아닙니다, 혼자도 아닙니다>


롤링 주빌리 운동에서 나온 메시지로 소개된 문장이다. 


- '빚' 대신 '빛'을 드리겠습니다


한국식으로 바꾸면 이렇지 않겠냐며 저자가 본문에서 제시한 문장이다. 대출에 앞서 한 개인의 금융거래와 관련된 수많은 서류들을 요구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자들이, 그렇게 대출하라고 광고를 해대는 그들이 정작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줘야 할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노해야 할 일이다. 


- 빚은 갚을 수 있을 때 갚을 수 있는 만큼 갚아 나가야 하는 것.


당연해보이는 이 명제가 너무나 쉽게 돈 갚으라며 못살게 구는 추심원의 입장에 동일시하며 무시되고 있는 현실을 잘 짚고 있는 책이다.


마지막 부록에 자신의 채무 상태를 체크해보고 채무상태에 따른 각 유형에 맞는 조언들까지, 이 책은 굳이 시민운동에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일독할만 하다. 


책을 읽으며 찾아보다 알게 된 <광주 채무힐링 상담센터>, 이곳에 상담받을 일이 없는 게 가장 좋겠지만 채무를 지고 추심을 당할 상황까지 이르게 된 누군가가 있다면 또는 갚기 힘든 빚이 생기려 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에 사는 누군가가 있다면 상담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다시 한번 적지만,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이곳의 상담을 받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빚 권하는 사회 갚지 못할 권리, 일독할 만한 책이다.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

저자
제윤경 지음
출판사
책담 | 2015-08-2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어떻게 우리는 빚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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