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오늘은 하지 맙시다.”

 

리디셀랙트를 뒤적이다가 미스터 션샤인을 발견했다. 무료로 읽을 수 있어 부담 없었고, 드라마보다는 시간을 덜 잡아먹을 것 같아 읽기 시작했다. 장면 묘사가 자세하고 무엇보다 콕콕 박히는 대사가 툭툭 튀어나와 멈출 수 없었다.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

 

애신이 유진에게 던진 말이다. 학당에서 F까지만 배운 애신이 L로 시작하는 '러브'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모호한 '러브' 설명을 듣고 애신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 한 마디를 들은 유진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 두근거렸다.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엔 누가 사는 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 수 있소?’

역시 유진이 애신에게 던진 물음이다. 이 물음으로 애신은 자신이 가진 생각의 틀을 확인하게 된다. 이 물음을 읽는 순간, 나는 백정과 노비라는 단어를 대신할 2020년을 사는 여러 사람이 떠올랐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딛고 선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느낄 수 있는 누구라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 조치와 지원이 이루어지는 곳에 있으면서도 주민등록 번호가 없어 마스크를 살 수 없는 사람이 있고, 지원 인력이 없어 제공된 음식 재료를 조리해 먹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그쪽으로 걸을까 하여 

 

자신의 마음을 넌지시 전하는 말 같아서 좋았다. 유진이 아직 애신과 데면데면할 때 건넨 말이었는데 꼭 유진이 된 것 같아 인상 깊었다. 조심스럽게 마음을 비치는 말.

“그만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오늘은 하지 맙시다.”

 

가장 인상 깊은 말이었다. 이 말을 읽었을 때,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소설에서는 '러브'와 연관된 듯한 말이었지만, 힘 내며 오늘을 사는 내 주위 사람들과 언젠가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로 느꼈다. 소설의 맥락이 흐트러지는 느낌이 들 만큼 이 한 마디는 힘이 있었다.

 

1권을 다 읽고 2권도 절반쯤 읽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결말이 슬플 것 같아 점점 읽는 속도가 떨어진다. 분명 소설이다. 하지만, 마냥 소설인 양 읽을 수 없는 존재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 뒤에도 '민주화'를 위해 살았던 Mr. 션샤인들이 있었고, 지금도 '인간다운 삶'을 위해 활동하는 햇살들이 곳곳에 있다.

 

“그만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오늘은 하지 맙시다.” 

 

이 한 마디는 잘 담아둘 생각이다. 잘하지는 못해도 두고두고 내가 할 일은 하며 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