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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31 맥락을 잃으면, 공감할 수 없다
글
맥락을 잃으면, 공감할 수 없다
트위터에서 공감 가는 글을 볼 때가 있다. 글자 수 제한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그 아래로 계속되고, 사람들이 답글처럼 잇는 내용도 표시된다. 그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검찰 또는 경찰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나 특정 사안에 관한 온라인 지지를 부탁하는 답글이 보이곤 했다. 물론 원 글의 내용과는 관계없는 것들이다.
“이 트윗을 읽어는 보고 답을 달았을까?”
처음엔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저 내용이 얼마나 절박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런 맥락을 잃은 일방적인 답글을 트위터에서 자주 마주치며 불편함이 느껴졌다.
”별이 왜 빛나는 지 아나요?"
"아뇨"
“이제 당신이 그걸 지구에서 2번째로 알게될거에요."
별이 빛나는 이유 (핵융합)을 밝힌 프리츠가 별 중심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을 밝혀낸 다음 날 애인에게 했던 말입니다.
https://twitter.com/loveyourselfa01/status/1266792543766761473?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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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왜 빛나는 지 아나요?" "아뇨" “이제 당신이 그걸 지구에서 2번째로 알게될거에요." 별이 빛나는 이유 (핵융합)을 밝힌 프리츠가 별 중심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을 밝혀낸 다음 날 애인에��
twitter.com
이 트윗에 달린 답 중 첫 문장을 읽자마자 불편함이 확 느껴진 트윗이 있었다. 다른 답글 트윗은 정확하게 이 말을 누가 누구에게 했는지 같은 원 글과 맥을 잇는 내용이었는데, 글도 안 읽고 보낸 것 같은 답글이었다.
- 수사관님들께! 본인들 자녀가 성폭행 당해도 무마 덮겠습니까??
아래로는 청와대 국민 청원 URL과 함께 몇 마디가 더 있었다. 첫 문장에서 그만 마음이 닫히는 느낌을 크게 느꼈는데, <깨끗한 존경>에서 만난 이 인터뷰 때문이다.
정: 유족들이 입 밖에 절대로 내지 않는 말이 있어요. 아무리 입안에 맴돌아도 그 말은 안 해요. “너도 한 번 당해 봐”라는 말이에요. “시신 장사 하냐”는 말을 들으면 ‘당신도 한 번 겪어보세요’라는 말이 여기까지 올라 오는데도 있는 힘을 다해서 참아요.
그 분들은 ‘당신도 당해 봐라’가 아니라 ‘당신은 그런 일을 당하지 마세요’ 라고 말해 요. 저는 이것보다 숭고한 인간의 마음은 없다고 생각해요. 유족들은 말하죠. ‘재난이 반복되지 않으면 좋겠 다’고요. 저는 사람들이 그 말을 허투루 듣지 않을 수 있다면 세상은 변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 말 뒤에 있는 세계, 그 고통을 생각하면 사회뿐 아니라 우리의 차가워진 인간성도 변해요.
https://ridibooks.com/books/852000721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서명을 받을 때든 캠페인을 할 때든, 더는 이 말은 하지 않는다.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고, 역효과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분명하다. 장애인이 된다는 게 무섭거나 원하지 않는 일로 느끼게 만드는 건 확실하다. ‘장애’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사회적 문제라고 말하려는데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듣는 순간 개인적으로 조심하거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든, 경찰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사기 사건이든 성폭력 사건이든 관계없이 경찰은 모든 사건을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해결해야 한다. 수사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 일반이 갖는 의무다.
“수사관님들께! 본인들 자녀가 성폭행 당해도 무마 덮겠습니까??”
이 문장은 ‘너도 한번 당해볼래?’라는 말처럼 느껴져서 정말 불편했다.
그런데… 저 맥락 없는 답글 트윗이 정말 불편하게 느껴진 이유는, 그 트윗을 쓰는 누군가에게서 내 모습의 한 면을 본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쳇말로 진지 빨고 하는 내 말들이 맥락 없이 달린 저 답글 트윗 같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비로소 대화의 맥락을 느낄 수 있게 되었는데 돌아보니 내가 ‘해야 한다’라고 느낀 말을 사람들에게 너무 자주 토해 놓곤 했던 것.
맥락을 이어 내가 하려는 말을 한다는 건, 오가는 대화가 내가 하려는 말과 맥이 닿을 때를 기다리거나 내가 하려는 말을 할 수 있게 맥락을 만들어 말을 전한 뒤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일 거다.
뜬금없이 이어진 답글 트윗 덕에 내 말들을 돌아볼 수 있었으니, 맥락없는 트윗의 역효과는 확실히 난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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