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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07 씁쓸한 친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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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500자 글 하나
2020. 7. 7. 09:51
씁쓸한 친절함
어느 학교에 계세요 쌩님?”
‘우리’를 전제로 한 친근함은, ‘우리’가 아닌 내게 씁쓸하게 남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예정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 오늘 아침 다음 주에 예정된 일정 조정을 위해 선생님 한 분과 통화했다.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2학기에 다시 날을 잡기로 했다. 밝은 목소리로 부장 교사와 바로 대화를 나누며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잘 만날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졌다.
9월에 다시 만나자는 말과 함께 통화를 마치려고 할 때, ‘어느 학교에서 근무하세요? 생님?”이라는 질문을 받지 않았다면 분명 편안한 마음으로 통화를 마쳤을 거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 왜 나를 교사라고 생각했을까?
- 훈훈한 분위기로 통화할 수 있었던 건 내가 교사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 교사가 아니라고 말한 뒤 통화를 마쳤는데,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 9월 조정한 일정대로 일은 잘 진행될 수 있을까?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밀려왔다. ‘근데, 전공이 뭐예요?’, ‘학번이 어떻게 되세요?’ 같은 ‘우리’를 전제로 한 질문이 얼마나 당혹스러울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우리’이고 싶은 욕망은 의식하지 못한 채 툭툭 불거진다.
학연, 지연, 혈연 그도 아니면 흡연으로라도 ‘우리’를 만들고 싶은 모습들.
씁쓸함이 남지 않도록 ‘우리’로 엮으려는 마음을 조심해야겠다. 외롭거나 두려워 혼자이고 싶지 않을 때는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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