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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04 감염병 위협, ‘인간’답게 대응해야
글
감염병 위협, ‘인간’답게 대응해야
-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드러낸 코로나19
위기가 닥치면, 서로가 가진 밑천과 조건의 차이가 드러난다. 나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기간, 필요한 지원과 물품을 알아보는 검색, 흐르는 시간에서 느껴지는 불안감까지 재난과 같은 위기 상황은 극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드러낸다.
- 일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사람들
3월 12일, 쿠팡 배송 기사가 새벽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입사한 지 한 달 된 기사로 50% 수준의 물량을 배정받고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사람을 통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거래를 뜻하는 언텍트(untact)는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주문자와 가게를 오가는 배송 기사를 빼고 생각하면 그렇다. 고객과 회사를 연결해주는 고객 센터 직원을 빼고 생각하면 그렇다.
코로나19 대 유행에도 녹즙은 꼬박꼬박 배달되었고, 주문한 음식은 어김없이 문 앞까지 배달되었다. 통신사를 포함한 각종 콜센터는 연결이 좀 늦을지언정 전화를 받아주는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배달하다가 죽고, 전화 받다가 감염되어도 누군가는 언 텍트(Untact)하지 못하고 계속 컨넥트(Connect)해야 했다. 일터로 나가지 않으면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일터로 나가는 이들에 기대서 코로나19 확산이 어찌 됐든 변함없이 대다수의 일상은 유지됐다.
- 위험을 딛고 사는 사람들
청도 대남병원 5층 정신병동에 입원한 102명 중 10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이곳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된 63세 남성은 20여 년 동안 폐쇄 병동에 입원해 있었고 사망 당시 몸무게가 42kg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건강과 생명에 얼마나 위협적인가 이전에 청도 대남병원 5층의 철저한 그 폐쇄성이 끔찍하다. 칠곡의 중증장애인 거 주시설인 밀알 사랑의 집 거주인 30명 중 12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청도 대남병원 이후 발생한 집담 감염 사례다. 청도 대남병원과 칠곡 밀알 사랑의 집, 불평등한 사회에서 밀려난 이들이 어떤 위험을 딛고 사는지 보여준 공간들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인 활동 지원사로부터 감염된 장애인과 그로 인해 자가 격리에 들어간 장애인들이 있었다. 구청도 시청도 심지어 보건복지부까지도 장애인이 감염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책이 없었다. 자가 격리에 들어간 장애인에게도 ‘똑같이’ 주어진 그림의 떡 같은 지원 물품은 <"생쌀 구호물품 주고 가버렸다" 자가격리 1급 장애인들 사투> 같은 제목으로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다. 딛고 선 땅이 시설이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장애인이라면 위태롭긴 매한가지인 셈이다.
- 세계 최고의 코로나19 대응, 그 이면
신천지로 인한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 이후에도 헌신적인 의료진과 적극적인 정부 대응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산은 진정세에 접어든 모양새다. 확진자 수가 50명 이하로 적어진 국내와 달리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와 이로 인한 사망자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진단 방식과 진단에 필요한 물품 등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안에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5년 전 메르스 사태 당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은 조명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 브리핑 방송에 수어 통역은 제공되지 않았고, 자가 격리 대상이 된 장애인 지원 대책은 없었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로 브리핑에 수어 통역사 모습이 함께 비춰졌고, 장애인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자발적인 결의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장애인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았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지자체 웹 사이트에는 여전히 장애인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에 관한 안내는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등록 번호를 기준으로 정해진 요일에만 마스크를 살 수 있게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와 한국어로만 제공되는 광주광역시 코로나 관련 웹 페이지는 이주 노동자를 떠올리게 한다.
대책 없는 사람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코로나19 대응의 이면이다.
- Untact 이후 Connect는 가능할까?
영화 <원더 우먼>의 주연을 맡았던 갤 가돗은 옷과 신발이 가득한 드레스룸에서 “제 초능력은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트윗을 올렸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통나무로 지은 집에서 “우리 모두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자”고 팬들을 격려했다. 제니퍼 로페즈가 약혼자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마이애미 별장에서 가족들과 호화롭게 지내는 영상을 올리자, 대중은 인내심을 잃고 폭발했다.
- 출처 : https://select.ridibooks.com/article/@nyt/94
유명 연예인의 Untact를 강조하는 메시지와 여전히 유지되는 그들만의 일상을 지켜보며 사람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치료제는 고사하고 음식과 마스크 같은 일상을 유지하는 물품조차 ‘각자’ 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이들은 가족과 같은 신뢰하는 이들과 ‘함께’ 있는 일상을 갈망하는 게 아닐까? 청도 대남병원과 칠곡 밀알 사랑의 집에서 목격된 집단 감염은 이 사회의 ‘끊어진 지점’을 보여준 게 아닐까?
사람은 끊어진 상태(Untact)로 살아갈 수 없다. 클릭한 물건을 배송해주는 노동의 ‘연결고리’가 없다면, 유명 연예인들의 있어 보이는 SNS 메시지는 있을 수 없다. 그 흔한 지침조차 없이 우왕좌왕할 때 자발적 결의로 자가 격리 대상이 된 장애인 운동 활동가들의 ‘연대의 고리’는 시사하는 바 크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은 일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람을 안 만나고 살 수는 없다. 즉, 바이러스에 안 걸리길 바라며 살 수는 없다. Untact가 힘 빠지는 소리로 들리는 이유다.
바이러스에 맞설 수 있는 항체는 이겨낸 사람에게서 만들어진다. 한 사람이 먹고 쉬며 바이러스를 이겨내려면 수많은 이들과 연결되어야 한다.
기꺼이 대구로 달려간 의료인들과 대책 없이 함께 자가 격리에 들어간 장애인 운동 활동가들의 모습에서 Connect의 가능성을 본다. 이어져야 살 수 있다. 감염병에 취약하고 코호트 상태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시설’을 모른 척 한다면, 2020년 목격한 청도 대남병원과 밀알 사랑의 집 모습은 계속 재현될 것이다.
서로 기대어 함께 사는 ‘인간’,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일과 이후 닥쳐올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는 일은 접촉’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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