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뜨인 기사들 2015. 11. 5. 18:46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책을 태우는 자는 인간까지 불태우게 된다”

- 출처 : http://goo.gl/yDAQlC


나치의 도시 ‘게르마니아’는 그 일부가 지어졌지만 폭격으로 파괴되어 모두 사라지고 만다. 그 비뚤어진 도시의 축과 맞닿은 운터덴린덴 가로변에 베벨광장이라는 곳이 있다. 꽤 넓은데도 그 흔한 동상이나 조각 하나 없이 모두 비워져 있는 이곳의 한쪽에 사방 1m 남짓한 유리가 바닥에 놓여져 있고 그 안으로 백색의 비어 있는 서가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1933년 괴벨스의 충동을 받은 소년나치대원들이 유태계 지식인들의 책 2만권을 이 장소에서 불태운 것을 기념하는 설치물이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레마르크, 하인리히 하이네, 카를 마르크스, 아인슈타인의 저서들이 ‘더러운 정신’의 소산으로 지목당하며 화형에 처해졌던 것이다. 형체도 없어 소박하기 짝이 없지만 대단히 큰 울림을 주는 이 기념비 앞에는 하인리히 하이네의 글 하나가 동판 위에 새겨져 바닥에 놓여 있다. “이것은 서주일 뿐이다. 책을 태우는 자들은 결국 인간까지 불태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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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태울 수 있다면 사람까지 불태울 수 있다는 말이 확~ 와 닿은 글이었다. 이 글의 주장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동대문구의 발달장애인 직업능력개발센터를 가로막는 주민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발달장애 성인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인식 아래 위험한 시설이라 간주하며 센터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만나보지 않았고 기사로만 전해진 것이라 왜 반대하는지에 대한 맥락은 알 수 없다. 센터 건립이 절실한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할 때 마주 무릎을 꿇으며 반대했다는 것에 그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다.


오늘 아침, 이 글을 읽었을 때 불쑥 센터 건립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 건...


슬픈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