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021. 6. 12. 15:42

키오스크 벽을 넘어 동네 스터디 카페 이용 시작

이사한 후 아쉬운 점은 근처에 도서관이 없다는 거였다. 가까운 곳에 여대가 있긴 하지만, 낯선 곳에 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내게 여대 도서관 이용이 가능한지 찾아가 보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곳곳에 생기고 있는 스터디 카페가 우리 동네에도 생겼다는 걸 알게 됐다.

지인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이동하던 중 ‘어, 여기 스터디 카페 생겼네요?’라는 말에 귀가 번쩍 뛰었다. 저녁을 먹고 함께 둘러보기로 했다. 몇 주 전, 회의 때문에 스터디 카페에 갔던 기억이 있어 출입할 때 키오스크를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봐 좀 걱정이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입구에는 ‘삑’소리도 못 내는 키오스크가 버티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버튼이 좀 크다는 것과 대충 위치를 외우면 어찌어찌 쓸 수 있을 거 같다는 거였다…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니 노트북 챙겨서 일하러 오기 딱 좋게 생겼다. 커피도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고, 사람도 많지 않아 딱 맞았다. 결정적으로 2시간에 3,000원이라는 이용료가 저렴하게 느껴졌다. 어제저녁, 어둑어둑한 시간에 스터디 카페 4시간짜리 이용권을 끊고 처음 이용해봤다. 몇 번 헛손질을 했지만, 그 덕에 대강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모처럼 책도 읽고 밀린 일도 하면서 10시가 넘은 시간 카페를 나왔다. 뿌듯한 느낌이었다. 정기 이용권이 있었는데 나올 때 9주짜리 정기 이용권을 끊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음 날 결제하기로 하고 나왔다.

그렇게 밝은 오늘, 충전기와 노트북을 챙겨 스터디 카페에 다시 왔다. 정기 결제권을 끊으려 키오스크 앞에 섰고, 어제 익힌대로 결제를 시도했다. 어찌 된 일인지 예상하지 못한 팝업창이 하나 뜨면서 결제가 곧바로 되질 않았다. 무슨 팝업창인지 휴대폰 확대기 기능을 실행해서 안 맞는 초점 겨우겨우 맞춰가며 뭔가 서명하라는 걸 알았다. 왜 이런 창이 뜨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몇 번 더 같은 시도를 반복했다. 루틴대로 출력하는 키오스크가 다른 메시지를 내보낼 리 없었다. 결국 난 서명하고 결제하는 데 성공했고 그제야 결제 금액이 5만 원을 초과해서 서명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마트에서도 5만 원 이상 결제하면 서명을 요구하니까…

키오스크에서 좌석을 선택하고 결제하기까지 과정을 위치와 함께 대강 외우는 일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다. 화면 읽기 프로그램이 변변치 않았던 MS-DOS 운영 체제를 사용하던 시절 화면 읽기 프로그램이 실행되지도 않는 바이오스 설정 과정을 ‘삐’ 소리가 나면 키보드 키를 놓고 화살표를 아래로 몇 번 내린 다음 엔터 한 번 다시 화살표를 몇 번 움직이고 엔터 한 번 또 화살표를… 이런 식으로 복잡한 과정을 익히며 컴퓨터를 사용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에 비하면 ‘삑’소리도 못 내는 키오스크에서 정기권 결제하는 일 따위는 껌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해진 대로 움직이며 어찌어찌 실행하며 쓰는 나 같은 이에게 5만 원 넘었다고 예상에 없는 팝업창 따위가 뜨는 때면, “먼저 하세요.”를 거듭 말하며 등 뒤에 사람이 안 오나 신경을 곤두세우는, 익숙해질 수 없는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일이 된다.

우선은 한 달이다. 4주, 매일 저녁과 주말을 이 스터디 카페에서 꼬박꼬박 보낼 수 있다면, 다음엔 8주를 결제할 거다. 익숙하고 편안하게 침대에 눕게 되는 집을 벗어나니 뭘 하긴 하게 된다. 4주 정기 이용권 결제한 돈은 뭐라도 하는 시간으로 남는 셈 치기로 한다. 모처럼 이렇게 글도 하나 썼으니 확실히 첫날부터 수지맞는 일인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