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쓸모 - 20.04.02

삶을 진솔하게 기록하는 것이 글쓰기의 쓸모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글쓰기의 전부는 아닙니다. 좋은 글은 단순한 삶의 기록자가 아니라,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안내자이기도 합니다.

<글쓰기 기본기>에 나오는 문장이다. 쓸모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리는 이 때 나는 당장 쓸모없는 책 읽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장되는 이때, 할 일이라고는 ‘산책’과 ‘책 읽기’ 그리고 ‘글쓰기’가 된 지금이 어쩌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될 기회는 아닐까?

옆집에 이사 온 어르신이 고래고래 소리치는 걸 듣는 일, 산책길에 마주치는 자전거 탄 아이들을 마주치는 일, 반려인과 산책 나온 반려견과 스치는 일, 평온하게 곁에 있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일 모두 권력을 만드는데 쓸모는 없는 일들이다. 그저 마음이 차분해지고, 눈빛이 좀 더 깊어지는 느낌, 쌀 한 톨 안 되는 쓸모없는 것이지만 내겐 힘이 되는 시간이다.

배고픈 계절이 겨울이라면, 나는 몇 계절을 겨울로 보냈다. 힘을 쓰는 것보다 힘을 빼는 게 유리한 시간이다. 밖으로 표출하는 것보다 안으로 갈무리하는 게 현명한 시간이다. 봄이 온다면, 지난가을보다 더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읽고 쓴다.

시시하게 소소하게, 잔잔하게 단단하게 이 시간을 적어둔다.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