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됩니다.” 비하 발언인가?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됩니다.”

 

미래통합당 관악갑 국회의원 후보가 토론회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전날, 30~40대는 무지하다는 발언으로  여론에 오르내린 후보 발언이기 때문일까? 이 뉴스에서 앵커와 기자 모두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됩니다.”라는 발언을 ‘세대 비하’로 규정해 보도했다. 

- 앵커 : 이번 토론회에서도 세대 비하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 나와 새로운 파장을 예고했습니다.
- 기자 :  '이번에는 어르신 세대 비하로 여겨질 수 있는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장애인이 된다’는 말이 ‘어르신 세대를 비하하는 발언’이라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 비하 : 1. 남보다 낮추다, 2. 업신여겨 낮추다, 3. 낮은 상태에 있다

장애인이 된다는 말을 ‘비하 발언’으로 받아들이려면, 장애인이 업신여겨지는 대상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할 텐데… 앵커와 기자는 장애인을 그리 생각한 걸까?

 

21대 국회의원 선거 미래통합당 김됴호 후보 발언
21대 국회의원 선거 미래통합당 김됴호 후보 발언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고 말한 사람이나 나이가 들어도 다 장애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 모두 장애를 ‘신체적 기능 상실’로 이해하며 발언했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나는 이 점이 눈여겨 봐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장애 문제를 신체적 기능 상실로 바라보며 ‘개인적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는 그런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여러 언론이 ‘세대 비하 논란’으로 기사 제목을 뽑고 있다.

장애인이 되는 게 불쾌한 일인가? 장애인 된다는 말이 누군가를 업신여기는 발언인가? 장애인은 어떤 사람이라는 말인가?

한마디 말은 앞뒤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말 그 자체는 물론 앞뒤 맥락에 비춰봐도 문제가 안 되는 말이더라도 누가 말하느냐 왜 말하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언제’ 말하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한다.

지금이 선거 때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30~40대 무지하다’라는 발언을 한 다음 날 이 발언이 나온 게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쓰다듬고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사람이 당 대표가 아니었다면?

여당이든 제1야당이든 대표란 사람들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내뱉는 한편으로 장애인 된다는 말을 비하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낸 쏟아지는 기사를 보는 마음은 씁쓸하다. 

모든 시설은 다목적 시설이 되어야 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장애인’ 체육 시설을 건립하는 공약에 동의하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제명처리 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에서 김대호 후보 공약을 찾을 수 없게 된 모양이다. 정확히 장애인 체육 시설 건립에 관해 뭘 하겠다는 공약인지 알 수 있다면, 말과 공약이 따로 놀았던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나이 들면 모두 장애인이 된다.” 이 말이 왜 ‘세대 비하’가 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세대 비하'라고 기사를 쓴 누군가 설명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