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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뱉은 말, 정당화하지 마시라!
“키 작은 사람은 비례투표용지를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
개정된 선거법을 비판하기 위해 역대 가장 긴 비례 대표 선거 투표 용지를 부각하려고 황교안 씨가 한 말이다. 묘하게 불쾌한데 그 이유를 정확히 집어내기 어려웠다.
“‘키 작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키 작은 사람’을 비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례정당이 난립한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판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비꼬는 비유가 왜 다른 ‘신체적 특징’이어야 하는가::”
정곡을 찌른 위 비판을 본 뒤에야 묘한 불쾌함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눈 뜬 장님 같네.’
- ‘00은, 뵈는 게 없어 괜찮아.’
언제 이런 말을 꺼내는지 떠올리니 더 분명해졌다.
비례 위성 정당 만든 더불어민주당 까고 싶었을 거다. 자유한국당 빼고 준연동형 비례제와 선거 연령 하향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게 불쾌하고 불편했겠지. 그냥 그걸 말하면 됐다. 시민당과 열린당 위성 정당, 더불어민주당 관련 위성 정당이 두 개나 만들어지면서 투표용지 길이가 길어졌다고 하면 됐다. 선거법 개정으로 원 외 정당이 국회에 들어올 길이 열린 게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면 됐다. 그렇게 곧장 날아 차기 하면 됐을 거다. 어쭙잖게 비유한답시고 돌려차기하려다가 입 냄새나는 발언 한 거로 생각한다.
황교안 씨는 마음에 안 드는 걸 비꼬기 위해 키 작은 ‘사람’을 갖다 붙였다. 몰랐을까? 공감 능력 떨어지는 정당 대표니까 말하던 순간엔 모르고 말했을 수 있다. 실수가 잘못이 된 건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에 ‘적당히 하라’라고 대꾸하기로 정한 결정 때문이다.
“죄를 저지르는 일은 인간이 하는 일이며, 자기의 죄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악마의 일이다.”
- 레프 톨스토이 -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른 검사에게 살인 누명을 쓴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던지는 대사다. 사과 대신 ‘적당히 하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잘못을 정당화하는 악마의 모습’처럼 느껴진다고 하면 과한 것일까? 자매니, 효자니 하면서 준연동형 비례제를 무력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잘못을 정당화하는 ‘악마 같은 모습’이라고 말하면 과한 것일까?
말로 먹고사는 직업이면, 밥을 먹고 똥 같은 말은 뱉지 않았으면 좋겠다. 뱉고 나서 잘못을 지적받으면 사과하거나 입을 다물거나 둘 중 하나만 하면 좋겠다.
기본이고 당연한 일인데 여기 저기서 똥 같은 말이 정치하겠다고 출마한 사람들 입에서 밀려나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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